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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당 1명 희귀질환 ‘당원병'…당원병 환자들은 왜 원주로 향하나


50대 A씨는 진료를 받으러왔다가 의료진의 권유로 우연찮게 유전자 검사를 받게 됐다. 자녀들이 모두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력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 그는 긴QT증후군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긴QT증후군은 유전자 이상이나 전해질 및 약물에 의해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일종의 부정맥 질환으로 실신 및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심장박동이 있은 후 심장의 전기 체계는 다음 심장박동을 위해 스스로 재충전을 하게 되는데, 긴QT 증후군이 있을 경우 정상인에 비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Torsade de Points(TdP)’라는 비정상적으로 매우 빠른 부정맥이 오게 된다. 부정맥이 오게 되면 심장에서는 충분한 피를 내보내지 못하게 되고, 뇌에서 충분한 산소를 공급 받지 못하면서 산소부족현상이 일어나 의식을 잃게 되거나 사망하게 된다.


A씨는 그러나 단 한번도 자신에게 유전된 질환임을 알지 못했다. 농사일로 병원 한번 가는 게 쉽지 않은 지방의 환자들에게는 유전이 의심된다고 해도 가족 전체가 서울에 가서 유전자 검사를 받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거점센터 지정 1년 6개월만에 목표치 수정


하지만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전국 12개 지역에 희귀질환 권역별 거점센터(희귀질환거점센터)가 지정되면서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강원권 희귀질환거점센터로 지정된 원주세브란스병원의 경우에도 유전자검사를 포함해 희귀질환에 필요한 모든 진단이 가능하다. 특히 희귀질환에 특화된 전문가들이 다학제 진료를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원주세브란스병원 희귀질환 강원권 거점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주원(진단검사의학과, 오른쪽) 교수와 부센터장을 맡고 있는 강윤구(소아청소년과) 교수.​


원주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지난 2021년 2월 거점센터로 지정됐지만 그 해 진료상담은 121.5%, 협력병원 구축 140%, 진료의뢰 및 회송 112.5%의 목표치를 달성하는 등 빠르게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의 경우에도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진료의뢰 및 회송은 이미 목표치의 68.5%, 돌봄상담은 68.3%를 기록했으며, 유전상담은 이미 141%라는 목표율을 달성, 목표치를 수정한 상태다. 특히 산정특례 등록을 기준으로 176개 희귀질환에 300명이 넘는 신규환자를 발굴했으며, 재등록 환자도 55개 질환에 62명에 달할 정도로 지속적인 관리를 해주고 있다. 극희귀질환, 상세불명 희귀질환, 기타염색체이상질환 산정특례 등록 요양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극희귀질환으로 등록한 환자가 20명, 기타 염색체이상질환으로 등록한 환자가 2명이나 된다.


강원 이외 충청, 경기, 경북까지 아우르는 원주세브란스


더욱이 원주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속초·영월 등 강원권뿐 아니라 단양 등 충청권, 여주·이천 등 경기권, 영주·안동 등 경북권까지 강원도와 근접해 있는 지역 환자들이 찾을 정도로 환자 분포가 넓다.


강원권 희귀질환거점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주원(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얼마 전까지는 서울에 가야 유전자 검사가 가능해 검사자체를 포기하거나 검사를 받고 진단이 되더라도 서울로 병원을 다녀야 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제는 원내에서도 유전자 검사는 물론 결과 해석, 유전상담까지 가능하다보니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희귀질환 산정특례자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환자등록도 하고 있어 강원권은 물론 근접 지역 환자들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원주세브란스병원 희귀질환 강원권 거점센터에서 치료 받고 있는 환자들의 지역 분포도


진단검사의학과 의사가 센터를 이끌고 있는 것도 원주세브란스병원의 장점이다.


하루 환자 100명 이상 보는 의사들로서는 희귀질환이 의심돼 검사를 의뢰했더라도 가족력 조사나 검사결과를 환자에게 일일이 설명해주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주원 교수의 경우 희귀질환 전반을 다루는 진단검사의학과 특성상 희귀유전질환에 대한 진단, 상담, 정보 전달이 모두 가능하다. 충분한 상담은 물론 추가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바로바로 검사를 지시할 수 있다.


국내 당원병 치료 메카로 우뚝


국내 당원병 환자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치료받고 있는 점 또한 원주세브란스병원 희귀질환센터의 특징이다. 원주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희귀질환센터 부센터장을 맡고 있는 강윤구(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치료하고 있는 당원병 환자는 현재 90명이 넘는다. 이는 당원병으로 등록된 소아환자 중 90% 이상이라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당원병은 당질대사에 관계있는 효소의 결손에 의하여 섭취된 포도당이 글리코겐의 형태로 간, 근육, 신장 등에 축적되는 탄수화물 대사 장애 질환이다. 당뇨병과는 반대로 혈당이 너무 낮아 저혈당 쇼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간과 신장이 비대해지고, 성장 장애, 고젖산혈증, 경련이 동반되기도 한다. 성장하면서 간 종양, 신부전, 골다공증의 문제를 일으키며 심한 경우 간이식은 물론 각종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당원병은 아직까지 개발된 치료제가 없어 정해진 시간에 옥수수 전분·단백질 등을 정해진 용량만큼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전문의의 지속적이고 세밀한 치료가 필요한 게 바로 당원병이다.


강윤구 교수는 “당원병 환자들은 옥수수 전분을 섭취해야 하는데 왜 옥수수 전분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용량만큼 먹어야 하는지 (환자들이)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분명 다르다”며 “충분히 이해하면 스스로도 잘 조절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환자의 상태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강 교수가 당원병 환자를 보는 진료시간은 대개 2~3시간이나 된다. 그렇다고 수가를 더 받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굉장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 교수의 핸드폰은 24시간 당원병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에게 열려있다. 카카오플러스 채널을 통해 운동부터 식이까지 24시간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상담해준다. 카카오플러스에 등록된 회원수만 123명으로 1일 상담건수가 평균 12.7건(6월 30일 기준)에 달한다. 전국의 당원병 환자들이 먼 강원도 원주까지 찾아와 강 교수에게 진료 받는 이유다.



강윤구 교수가 센터를 찾는 당원병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식이조절 등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제작한 만화.


강 교수는 “당원병의 경우 치료제가 없어 완치되기는 어렵지만 관리만 잘 해준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질환”이라면서 “정부에서도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12개 권역에 지정돼 있는 희귀질환거점센터를 특성에 따라 집중 육성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원주세브란스병원처럼 ‘당원병’에 특화된 거점센터를 아예 ‘당원병’ 전문센터로 지정해 지원하는 것이다.


김주원 센터장은 “희귀질환 중에서도 특정 질환에 특화된 센터들을 전문센터로 지정, 집중적으로 지원해주는 전략을 고려했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되면 치료의 질도 높아질 수 있고, 치료제 임상이나 각종 사업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에만 쏠리는 현상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당원병만 보더라도 원주세브란스병원이 전국 최고라는 것을 환자들이 증명해주고 있다”면서 “지방 병원들에 좀 더 많은 지원을 해준다면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들이 가까운 곳에서도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게 보다 수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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